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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Korean Academy of Science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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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의 창 2018 가을호_Dr. Y의 노트(이정호 교수)

이름 |
관리자
Date |
2020-06-17
Hit |
8

사람의 뇌를 들여다보는 과학자이정호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를 만났다신경유전학 전공인 그는 후천적으로 생기는 돌연변이로 인해 발병된 뇌신경질환을 연구한다뇌전증간질자폐증정신분열증치매뇌종양 등이 주 연구 대상인데아직 발병 원인과 치료법이 정확하게 밝혀진 게 없는 난치병들이다그가 뇌에 관심을 가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치료약이 없다는 것은 질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말해요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뇌에 관심이 많았지만학계에서 많이 밝혀진 게 없다는 것이 관심을 가진 이유였어요.”
이정호 교수 연구팀은 최근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의 원인을 세계 최초로 규명네이처에 게재했다뇌전증을 일으키는 소아 뇌종양의 근본 원인과 뇌전증 발생 원리를 규명한 연구 결과 및 소아 난치성 뇌전증의 원인과 새로운 치료법을 규명한 결과가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연속해서 게재됐고후천적 뇌 돌연변이로 인한 뇌발달 장애 원인을 규명한 연구 결과는 신경생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뉴런에 실리며 주목을 받았다이 교수 연구팀의 성과는 우리나라 뇌 질환 환자로부터 단순히 병의 발병 원인을 규명해낸 것뿐만 아니라관련 질환의 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많은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연달아 좋은 성과를 내며 학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그에게 연구 영감(靈感)의 원천을 물었다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실험실 테이블’. 학생들이 시시때때로 오가는 데다 실험 장비들이 즐비해 부산스러워 보이기까지 한 그곳이 이 교수의 아이디어가 응집되는 곳이라니이유가 궁금해졌다.


“전 실험실 ‘메뚜기’예요”

이 교수는 자신을 메뚜기로 소개했다실험실 여기저기를 뛰어다닌다는 뜻에서 스스로 지어낸 별명이다. “저는 제 연구실보다 실험실에 있는 걸 좋아해요주로 실험실에서 앉아 있으며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데 연구원들이 비켜달라고 하면 피해서 다른 자리에 가서 앉아 있고 그래요거기에서도 쫓겨나면 실험실 내 다른 공간을 찾아서 옮기죠.”
난데없는 지도교수와의 합방이라니아무리 그래도 연구원들이나 대학원생들에게는 좋은 점보다는 불편한 점이 많지 않을까.
사실 학생들이 처음엔 안 좋아했던 것 같아요(허허). 그런데 하도 자주 가니까 이제는 그림자로 생각하더라고요.”
자신의 연구실에서 혼자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것보다 눈치가 좀 보이더라도 실험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부대끼며 연구하는 게 좋다는 이 교수그가 실험실을 고집하는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대학원 시절과 포닥을 거치며 지금까지 실험실에서 일을 해왔잖아요그래서 그곳이 아니면 집중이 잘 안 되더라고요혼자 연구실에 있으면 물어볼 사람도 없고요저한테는 연구를 위한 최적의 공간인 셈이죠학생들에게 미안하지만민폐는 끼치지 않을 테니 좋게 봐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요.”
사실 그에게 실험실 테이블이 소중할 수 있었던 것은그 공간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연구원들과 학생들 덕이다인터뷰 내내 학생들을 유난히도 신경 쓰던 그는 사진을 찍을 때도 연구원이나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심히 해달라고 요청하는요즘 유행하는 언어로 표현하자면 학생 바보인 교수다.
연구를 수행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사람이죠제 실험실에서 연구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연구원들이고학생들입니다저는 숟가락 얹는 것밖에 하는 게 없어요.”
자신보다 똑똑한 학생들이기 때문에 연구를 수행하는 부분에서도 많이 의지한다는 이 교수자신보다 훨씬 낫다며 치켜세우기 바빴다.
후천적인 뇌 돌연변이에 대한 연구 주제에 다들 동의하지만연구 수행에 있어 세심한 부분들은 학생들이 집중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거든요그들이 똑똑하지 않으면또 열정이 없으면 해결되지 않아요그런 부분에서 전 축복받은 교수죠.”

“근본적인 원리를 이해하는 게 재미있어요”

그는 다소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의대를 졸업하고도 의사의 길이 아닌 과학자의 길을 택한최근 경향과는 반대의 경우이자 찾아보기 힘든 소수 중 하나다.
고등학생 때는 별로 생각이 없었어요공부를 잘하면 그냥 의대에 들어가라고 했던 시절이었잖아요부모님의 조언에 따라 의대에 갔는데본과 생활하면서 병의 근본적인 원리를 이해하는데 재미를 찾았어요기초의학 부분이라던가약리학생리의학 등에 관심이 생겼죠.”
그의 말에 따르면 당시만 해도 의사가 연구하는 건 흔치 않았고잘하는 경우도 드물었다그런 그가 생각을 바꾸게 된 건 본과 4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갔던 존스홉킨스대학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거기서 2~3달 정도 지냈는데우리나라와는 달랐어요연구하는 의사들이 참 많았고대부분 우수한 성과를 내더라고요그때 알았죠의사들도 연구를 잘할 수 있다는 걸요그래서 그 뒤로 의사의 길이 아닌연구자의 길을 걸었어요그 결정을 처음엔 가족들이 별로 반가워하진 않았지만요.”
흰 가운을 진료실이 아닌 실험실에서 입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군복무라는 장벽이 남아있었다이공계 출신보다 연구자로서의 훈련이 부족한 상황에서 연구 단절을 겪게 되면 결심이 흔들릴 수도 있지 않을까.
전문연구요원으로 병역특례를 받았어요원래 의대 졸업생은 해당사항이 없는데법이 바뀌어 제가 운 좋게도 첫 번째로 혜택을 받았어요덕분에 연구에 단절이 없었죠대학원생 때 석·박사 통합과정을 다녔는데병역특례를 받으려면 6년을 다녀야 했어요. 4년 동안 다니다가 논문도 안 나오고 성과도 없어서 그만두려고 했는데아내가 말렸어요사람이 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려면 적어도 10년은 해야 한다고요그렇게 하다가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운이 좋아서 지금껏 연구를 이어 올 수 있었다는 이 교수는 과학자에게 있어 운도 정말 중요하다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사람은 누구나 행운 총량이 100 정도 있는데전 인생의 앞 단계에서 벌써 운을 많이 써버린 것 같아요앞으로 제가 더 열심히 해야지요.”
젊은 과학자들이 연구비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요
이정호 교수는 2017년 서경배과학재단이 처음 뽑은 5명의 신진과학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그는 1년에 5억 원씩, 5년간 25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올해로 2년 차인 그는 이미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쏟아내며 재단의 선택에 신뢰를 더하고 있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잠재력 있는 신진과학자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해주는 재단이에요사실 우리나라에서 신임교원들을 지원하는 연구비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신진연구자들의 연구비는 3,000만 원에서 시작해 많아도 1억 원이 채 안 되는 경우가 많고요경쟁력 있는 연구를 하려면 수억 원은 필요한데 말이죠.”
국가에서 지원하는 연구비와의 차이점을 묻자 가장 먼저 돌아온 대답은 간섭’. 현재 국가R&D시스템에 대한 단점이 명확히 드러났다.
방해받지 않고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해요본인의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창의적이고 독창적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최소 5년은 믿고 지원해 줘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죠탑 다운 형식의 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되지 않느냐 하시는데그런 프로젝트는 본인이 원하지 않는 주제의 연구를 해야 하는 게 대부분이거든요또 국가 과제 같은 경우는 문서 작업에 시간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명과학 융성에 힘을 쏟는다는 재단 관계자의 말을 처음에는 온전히 믿기 힘들었다.
사실 그렇잖아요사재에서 출연된 기금이긴 하지만 기업에 어떤 이득이 되는 연구를 해야 하지 않을까또 다른 제약 조건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어요그런데 아니더라고요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제약 없이 마음껏 할 수 있게 도와주시고 계십니다지금은 너무나 감사하게 받고 있어요이때도 제가 운이 좋았죠.”

“학생들이 ‘학문의 즐거움’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사랑해 마지않는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는지 묻자 이 교수는 망설이지 않고 한 권의 책을 꼽았다히로나카 헤이스케라는 일본의 수학자가 쓴 학문의 즐거움이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제가 의대생 때 처음 읽고 유일하게 지금도 몇 번씩 꺼내어 다시 읽어보는 책인데요평범한 시골 소년이 학문을 사랑하게 되고 수학계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을 받기까지의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쟁쟁한 천재들을 제치고 학문의 기적을 이룩한정말 평범한 사람의 비밀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데요이 책을 읽고 나서 저도 학자가 될 수 있다는 용기를 많이 얻었거든요.”
그는 연구에 진전이 없거나초심을 잃었다고 생각할 때마다 그 책을 꺼내 본다. KAIST 교수를 하는 사람이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생각하다니너무 겸손한 것이 아닐까 묻자그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전 정말 평범해요사실 지금껏 나온 성과들도 이전엔 생각도 못했던 일들이에요아마 예전의 저였으면 지금의 절 믿지 못했을 거예요저같은 사람들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그런데 지금 보세요논문도 많이 내고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있잖아요학생들도 마찬가지예요지금 함께 연구하는 학생들은 저보다 많이 뛰어나지만아마도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을 거예요그럴 때 이책을 읽어봤으면 좋겠어요자신을 믿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더니죽을 때까지 하나만 파고들 생각이라는 이 교수.
지금의 연구팀과 함께 있어 행복해요연구팀이 있어서 제가 이렇게 좋은 교수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훌륭한 연구원학생들과 난치성 뇌질환 환자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연구를 해나갔으면 좋겠어요그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조금이라도 기여를 할 수 있다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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