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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Korean Academy of Science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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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의 창 2019 신년호_Dr. Y의 노트(민달희 교수)

이름 |
관리자
Date |
2020-06-17
Hit |
20
 
바이오의료 기술을 개발하는 화학자, 
민달희 서울대학교 화학부 교수





밤의 고요가 깊어지면 비로소 깨어나는 곳이 있다. 민달희 서울대 교수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
바로 밤의 연구실이다. 계속해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와 여러 회의 등으로 분주한 낮의 연구실이 어둠과 함께 오롯이 혼자만의 차지가 된다.

오직 하나의 불빛에 의존하며 조용히 집중하는 시간. 날마다 찾아오는 밤의 세계지만 마주할 때마다 새로운 설렘에 가슴이 뛴다. 밤낮없이 실험실을 지키는 학생들은 지적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한밤중 그의 연구실 문을 두드리기도 하지만 밤의 세계에선 이조차 즐거운 일이다.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나와 내 앞의 누군가, 그리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민 교수에겐 비타민과 다를 바 없다.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에서 가장 행복해요

민달희 교수는 생물학적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연구하고 바이오나노융합기술을 통해 의학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치료제나 진단법을 개발 중이다. 산화그래핀의 생물학적 응용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며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고, 지난해 암세포를 표적 치료할 수 있는 2차원 광감작제-나노시트 복합체를 개발해 다시 한 번 학계를 놀라게 했다. 민 교수는 2013년 면역항암제 및 RNA 유전자치료제 개발 전문기업 레모넥스를 창업하고 최고기술책임자(CTO)도 맡고 있다. 촉망받는 여성 과학자에 교수, 벤처기업 CTO 등 역할이 많다보니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지만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곳’이다.

“지금도 학생으로서 실험실 생활이 그리워요. 저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 중 하나는 실험한 결과 데이터를 컴퓨터 앞에 앉아 분석하고 정리해 논리적인 결론을 이끌어 냈을 때에요. 그동안 원인을 몰랐던 문제에 대해 나름의 가정을 세우고, 계획된 실험의 데이터로 논리적 설명이 가능한 해석을 도출해 내면 정말 펄쩍펄쩍 뛸 정도로 기뻤어요. 밤에 자려고 누웠다가도 실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곧장 실험실로 나와 결과를 봐야 직성이 풀리곤 했어요.”

민 교수의 박사학위 과정 중 첫 번째 논문은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중 하나인 ‘네이처 바이오 테크놀로지’에 실렸다. 2007년 30대 초반에 교수로서 연구실을 갖게 됐지만 임용 후에도 한동안 실험실에 대한 애착이 컸다. 학생들과 어울려 함께 실험을 하며 방법을 가르치는 생활에 녹아들었다. 몸은 피곤해도 머리가 깨어나는 기분을 즐겼던 시절이었다.

시간이 훌쩍 지나 교수로서 여러 학생들의 실험을 지도해야 할 위치에 있다 보니 시끌벅적한 실험실에서의 시간은 요원하다. 대신 더 나은 연구력을 위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즐긴다.

“밤이 되면 형광등을 일단 모두 끄고, 작은 스탠드 하나만 켜 놔요. 연구 방향과 문제해결 방법,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 등에 대해 생각하고 차분히 논문과 책을 읽습니다. 강의 준비를 하거나 논문을 작성하기도 하고요. 온전히 저만의 공간과 시간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에요.”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해요


1990년대 중반, 성적이 우수하면 의대를 가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 민 교수는 부모의 반대를 꺾고 화학과에 진학했다.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생각이 강했고 화학을 좋아했으니 그에겐 당연한 선택이었다. 민 교수는 지금도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연구가 인류보건과 복지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매일을 하루같이 노력을 더하고 있다.


최근 민 교수가 가장 관심을 갖는 연구는 항암치료를 효과적이면서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특정 파장대의 빛을 받으면 열을 잘 발산하는 성질을 가진 나노물질을 생체적합하게 변형시켜 광열 치료에 활용하거나, 암세포에 유해한 활성산소생성을 효과적으로 촉진하는 나노물질을 자체 개발해 응용하고, 또 유전자 치료를 위한 유전자를 타깃 세포 내로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나노물질을 개발해 암 치료와 난치병 치료에 적용하는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새롭게 연구되고 있는 여러 나노물질들의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잘 파악하고, 이를 의학적 목적에 적합하게 변형시켜 치료제나 진단법으로 응용하는 연구는 매우 중요한 분야입니다. 미래가치도 무궁무진하죠. 그러나 연구 결과들을 실제 의료계에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들려면 엄청난 노력과 막대한 예산, 경험 많은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네트워크가 필요하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도전할 수 있는 용기’이고요.”

피 땀 흘려 연구한 결과가 현실에 적용되기를 바랐던 민 교수는 벤처기업 레모넥스를 창업했다. 생각한 일은 반드시 해야 하는 성격은 이번에도 힘을 발휘했다.


“벤처를 창업한 이후 더욱 신나게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형 글로벌 제약사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됐고, 함께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에 있는 신약개발 파이프라인도 생겼어요. 작년에는 하계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서 나노바이오기술을 주제로 강연도 했고, 올 해는 JP모건 컨퍼런스 기간에 미국의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초청을 받아 개별미팅도 했어요. 상용화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어요.”


창업은 학생지도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피부로 느끼게 됐고 자연스럽게 산업계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배워가고 있다. 특히 나노바이오융합기술을 전공한 연구자들이 그 잠재적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체득 중이다.

무엇보다 민 교수는 몸담고 있는 학문 분야의 높은 잠재적 가치를 연구원들이 스스로 증명해낼 수 있도록 기회를 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기업부설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의 눈부신 활약 덕분에 국제컨퍼런스에서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는 우수한 연구결과를 쏟아내고 있는 레모넥스는 최근 대규모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임상시험용 의약품 생산을 위한 공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는 연구를 시작하세요


민달희 교수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학생들 스스로가 성취감을 배우는 것이다. 성취해내는 기쁨을 느껴본 경험이 많아야 좀 더 진취적으로 사고할 수 있고, 또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가 학생들에게 ‘인류역사상 아무도 하지 않았던, 또는 못했던 실험을 세계 최초로 하는데 설레고 신나지 않니’라고 물어보면, 요즘 학생들은 ‘그래서 참고문헌이 부족하고 조건 잡기도 힘들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죠. 조금만 유연하게 생각하면 참고할 수 있는 자료들이 너무나 많거든요.”


쉬운 문제를 실수 없이 풀어내는 훈련만 반복하고, 학원과 학교에서 가르쳐 준 문제 해결 방식만 따라하는 학습 형태의 폐해가 대학에서까지 이어지고 있다. 민 교수는 학생들이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 계획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가지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가정이나 사회에서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교수는 이어 이제 막 독립적인 연구실을 꾸려서 연구를 시작하는 신진연구자들에게도 개척하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 역시도 갈팡질팡 했던 시기를 겪었다. 박사과정 때의 연구 주제를 완전히 벗어나서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게 되면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 과정에서 동료 연구자들을 설득하기도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외롭고 힘겨운 시간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그때 존경하는 선배교수가 그에게 ‘박사지도교수의 연구 분야를 벗어나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는 연구를 시작하라’고 조언을 건넸고 그 말이 큰 힘이 되었다. 그는 같은 응원의 말을 후배연구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승진심사나 업적평가의 압박에서도 자유로울 수는 없는 조교수가 오롯이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연구를 긴 시간에 걸쳐 집중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큰 용기와 집념이 필요하지요. 하지만 우리는 논문을 쓰기 위해서 연구를 하는 게 아니고 연구를 하는 중간에 주요 논문들이 나오게 되는 거잖아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욕심나는 중요한 연구 주제를 파고드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밤낮으로 연구에 매진하며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연구자 여러분들이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신들을 응원하는 많은 동료 연구자가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더욱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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