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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의 창 2018 봄호_Dr. Y의 노트(고재원 교수)

이름 |
관리자
Date |
2020-06-17
Hit |
19
고재원 DIGIST 교수(한국차세대한림원 회원)

뇌를 연구하는 신경생물학자, ‘책’에 눈뜨다
최근 고재원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의 영감의 원천은 ‘책’이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책을 탐독하는데, 요즘엔 언어, 감정과 관련된 책을 주로 읽는다. 좁았던 시야가 확장되는 듯한 생경한 느낌은 그 자체로도 신선하다. 책의 매력에 흠뻑 빠진 그가 추천한 6권의 책을 소개한다.

원래 전 책을 많이 안 읽었어요

뜬금없는 고해성사 후 고재원 교수도 멋쩍은 듯 웃었다. 고백하길, 사실 자신과 책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이었다고. 뒤늦게 빠져든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독의 깊이는 여느 애독가 못지 않다.
“연구하시는 분들은 다 비슷할 것 같아요. 연구 활동을 함에 있어 컴퓨터와 책은 빼놓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전 컴퓨터를 핑계로 책을 많이 읽지 않았죠. 한국에서 읽지 않았던 책을 미국 유학 가서 많이 읽었어요. 커리어가 쌓일수록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연구 영역 이외의 이야기도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물론 처음부터 쉬웠던 건 아니다. 필요성은 인지했지만, 실행력은 부족했다. 그래서 일단 책을 집어 들고 억지로 읽기 시작했다. 힘들었지만 차츰 익숙해졌고, 그러다 빠져들었다.
“지금은 독서가 재미있어요. 확실히 연구에 도움이 되고요. 이전에는 제 연구 분야와 연관 있는 책들을 많이 읽었는데, 요즘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쪽은 언어, 감정, 행동 분야에요. 과학자들이 쓴 책도 있고, 사회과학하시는 분들이 쓴 책도 많이 봅니다. 그들이 서로 다른 시각에서 하나의 주제를 이야기하니까 여러가지 면에서 배울 게 많더라고요. 아이디어가 많이 생겨요.”
그의 독서 방법은 특이하다. 관심 있는 책들을 쌓아두고 한 번에 몰입해 읽는다. 매번 정해진 시간에 독서를 하는 건 고 교수의 생활방식과 맞지 않기 때문. 발표를 해야 하거나, 아이디어가 필요한 일이 있을 때 좀 더 집중적으로 읽는 편인데,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한의 효율을 찾기엔 이만한 방법이 없다는 게 그의 논리다.


최고 인기 분야는 유전학, 유행은 돌고 도는 법이죠

고 교수가 눈 여겨 보고 있는 연구 분야는 무엇일까.
“요즘 유행은 유전학인 것 같아요. 연구도 패션과 똑같아요. 돌고 돌거든요. 제가 하는 분야는 약간 복고풍이라고 할 수 있어요. 현재의 과학자들이 보기에요.”
그의 말처럼 과학도 유행을 타기에, 혹자는 예산을 잘 받을 수 있는 연구 분야를 따라 자신의 연구주제를 찾기도 한다. 고 교수 역시 이 부분에서 고민이 많았다.
“복고풍에서 벗어나 멋있는 옷을 입어야 할까, 아니면 그냥 복고풍 옷을 입을까. 고민이 많죠. 그런데 결론은 늘 똑같아요. 저만의 스타일을 갖추고, 경향을 반영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가 정답인 건 아닙니다. 최신 연구를 해야 할 필요도 물론 있으니까요. 그래서 공동연구를 많이 하며 그분들에게서 많이 배우고 있고요.”
사실 그가 추구하는 연구 방식은 전통적인 방법에 기인한 것들이 많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젊은 사람들은 절대 하지 않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왜 그는 굳이 어려운 방법을 쓰려고 하는 것일까.
“전통적인 방법들이 중요해요. 모든 사람들이 영어를 빨리 배우고 싶어해요. 그래서 알파벳이 아니라 단어부터 공부하죠. 근데 그건 아니잖아요. 알파벳을 쓸 수 있어야 단어를 더 빠르게 습득하죠. 전통적인 방법들이 기본기를 탄탄하게 하는 데 아주 좋아요.”
그가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강조하는 것도 기본기에 대한 부분들이다. 좋게 보이는 것들에 홀려 따라가다 보면 일희일비(一喜一悲)하기 쉬운데, 그것보다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고 스스로의 브랜드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다.

옛날 논문 보기를 추천합니다

젊은 과학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논문이나 보고서를 물었다. 고 교수는 진작부터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핵심은 ‘옛날 페이퍼’였다.
“말하자면, 어느 한 분야가 탄생하는 데 기반이 됐으나 지금은 잊혀진 논문들이 있어요. 지금 시대에 연구하는 사람들이 오리지널 페이퍼를 본 적이 있을까요?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내 노벨상을 받았던 제임스 왓슨 박사 있죠. 그분 아직 살아 계시거든요. 그분이 늘 말씀하시는 게 있어요. 신경과학 분야에서만 20번의 노벨상이 나왔는데, 노벨상이 다 똑같은 노벨상이 아니라고요. 자기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말씀하시는 건데, 그 말이 틀리지 않거든요. 왓슨 박사가 쓴 논문을 보면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그저 유전 암호의 기호를 만들어낸 논문에 불과한데, 그게 분야를 만들어낸 기초가 된 거죠. 아마 다른 분야에서도 많을 거예요. 생각의 전환을 이끌어 낸, 즉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 페이퍼’라고 일컬을 수 있는 논문들을 일부러 찾아보고 있어요.”
고 교수의 말에 따르면 분야의 기반이 되는 논문들을 찾아 읽으면, 사고의 틀이 넓어지고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경험이 가능하다. 그는 “과학을 하려면 그 즐거움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젊은 과학자들이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니라, 옛날 페이퍼를 통해 과학의 기본을 알고 가치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들, 남편, 아빠, 교수의 역할을 잘 해나가고 싶어요

적으면 해결되는 노트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무엇을 적고 싶은지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결하면서도 정확했다.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잘 실행해 나가고 싶다는 것.
“부모님께는 아들로, 우리 아이에게는 아빠로, 아내에게는 남편으로, 또 학생들에게는 교수로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노트에는 그 각각의 역할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비법을 알려 달라고 적고 싶네요. 저는 사실 운이 좋아서 직장에 대한 고민은 한 적이 없어요. 굉장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좋은 환경에서 하고 있고요. 결국 제 역할을 잘해나가는 게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것 아닐까 생각해요.”
겸손함이 물씬 묻어나는 그의 대답과 달리, 고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촉망받는 젊은 과학자 중 한 사람이다. 연구에 있어서도 욕심이 많다.
“뇌에는 신경세포들을 만드는 ‘시냅스’가 있는데요. 100년 넘게 연구를 하고, 관련해 노벨상도 숱하게 탔는데, 정작 시냅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밝혀지지 않았어요. 저는 여기에도 법칙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냅스가 모여서 만들어지는 신경회로가 있는데요. 이게 만들어지는 1, 2 법칙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못 찾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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