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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Korean Academy of Science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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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의 창 2018 여름호_Dr. Y의 노트(오채운 박사)

이름 |
관리자
Date |
2020-06-17
Hit |
15

오채운 박사는 국제환경정치 분야에서 국제제도 및 국제기구에 대해 연구한다. 2015년부터 유엔기후변화협약 정부대표단의 일원으로서 기후기술의 개발과 이전에 대한 국제정책 연구와 협상에 참여해왔다국경을 넘나들며 수많은 사람들과 첨예한 쟁점을 다루고텍스트 하나를 수차례 분석한다하나의 결정이 과학기술산업경제국가인류생물미래지구까지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그 무게가 버거워 몸과 마음을 앓기도 한다.

그런 그에게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사각형의 세계가 있다자유롭게 색채가 넘쳐흐르고소망이 현실이 되길 바라는 글씨들이 그 안을 꽉 채우고 있는 비밀의 공간손바닥만 한 크기의 사각 다이어리 안엔 오 박사의 생각과 이야기가 가득하다아무도 볼 수 없는그러나 오 박사에게는 무한한 평안을 주는 신기한 사각형의 공간그 안엔 무엇이 자리하고 있을까.

“전 힘들 때 다이어리를 펼쳐요”
오 박사는 다이어리에 애착이 있다자신을 드러내지 않아야 하는 곳에서 잠시 잠깐 내 세계에 닿을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기 때문이다마음의 평안을 주는 신경안정제그게 바로 오 박사의 다이어리다.
 
제가 평소 디자인에 대한 욕심이 좀 있어서요그걸 좀 표현하고 싶은데그림은 잘 못 그리거든요어떻게 할까 하다가 다이어리에 끄적이기 시작했어요그런 욕구를 다이어리에 푸는 편이에요쓰거나 색칠을 하면서 제 욕심을 다스린다고 할까요.”
수줍게 펼쳐 보인 다이어리 내부는 총천연색으로 가득했다오 박사의 말에 따르면 이 색저 색 번갈아 선택하며 다이어리 속을 물들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자신의 밝음을 위해 꼭 필요한 행위라고 했다.

제가 정말 단조로운 삶을 살고 있거든요남들이 수도승 같다고 해요점심도 한곳에서만 먹고매번 똑같은 메뉴를 시키고옷도 비슷한 스타일로만 입어요그런데 전 그게 질리지 않아요이런 걸 보면 전 변화를 싫어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어둡진 않은데그렇다고 밝지도 않은 그 애매한 선그 선에서 자신을 밝음의 위치로 이끌어주는 게 바로 다이어리라고 했다신줏단지 모시듯 하는 그의 다이어리 사랑은 이미 연구센터 내부에서도 유명하다.
 
사실 제가 하는 연구가 너무 많은 걸 생각해야 하거든요관계자들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들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해요상당히 다채롭죠그래서 그런지 삶에서는 그다지 변화를 주고 싶지 않더라고요이런 부분에서 남들은 답답하게 여길지도 모르겠지만제 나름대로 균형에 맞게 사는 중이에요.”
다이어리 맨 앞장에 적혀 있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도 그의 밝음을 유지하기 위한 목표 중 하나다오 박사는 일을 과하게 한 탓에 몸에 탈이 왔다며 균형 있는 삶을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를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오 박사는 디자인을 직접 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아름다움을 보는 것에도 관심이 많다카드나 엽서책 등의 문구류들이 오 박사의 관상용 디자인 제품들이다.
저는 예쁘고아름다운 걸 좋아하거든요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예쁜 카드명화가 프린트된 엽서귀여운 캐릭터 모양의 가습기그리고 제가 직접 디자인한 책을 보며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에요제 책상 주변에 이 모든 걸 배치해 놓고지칠 때마다 둘러봐요저만의 갤러리가 한눈에 보일 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그중에서도 오 박사의 눈길이 자주 머무는 곳은 얼마 전 발간한 센터의 책자가 놓여있는 자리다기분이 안 좋을 때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난다는 게 그의 설명바쁜 연구 활동에도 불구하고 직접 책자 제작에 뛰어든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연구 자체가 어떻게 보면 창의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글자만 보니까 메마른 작업처럼 느껴지더라고요그런데 제 경우엔 디자인을 생각하면 활력이 솟았어요그냥 남이 대충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남들이 볼 때도 예뻐서 버릴 수 없는 책자를 만들고 싶었어요대부분 기관에서 책자를 만들면 거의 버려지거든요안의 내용을 보지도 않고요저부터 한번 도전해보자고 생각했어요전 디자인의 힘을 믿거든요디자인이 국가 경제 발전에 핵심 역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몰입하려면 체감이 되어야죠
오 박사는 원래 원자력 정책 분야에서 일하던 재원이었다그런 그가 기후변화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일본에서 공부할 당시 기후변화가 굉장히 핫한 이슈였는데우리나라에서는 제가 체감을 못했던 것 같아요굉장히 흥미롭다고 느꼈고좀 더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실제 현장에서 뛰어보니 저의 삶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겠더라고요제 삶과 연관된다는 그 체감성이 없으면 연구에 대한 흥미도 떨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현재 그는 기후변화 관련 기술 개발 및 이전의 국제 제도 설계를 둘러싼 국제 협상을 분석하고그 자료를 토대로 우리나라의 입장을 수립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또 국제 제도의 수립과 변화를 분석하면서 우리나라가 실제 수행해야 하는 행동과 더불어제도 및 정책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함께 다뤄지는 문제가 많아요우리의 삶과 밀접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어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어요미세먼지물 부족식량안보해양오염 등의 문제들도 제도적 측면에서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한 때입니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가장 중요해요
그렇다면 연구를 하는 데 있어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은 무엇일까오 박사는 망설임 없이 서로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기후변화 관련 국제 제도를 연구하는 오 박사에게 있어 커뮤니케이션은 빼놓을 수 없는 문제 해결 방법론이기 때문이다.
 
최근 탄소 포집 활용 저장 기술의 연구·개발·실증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현황을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했는데요함께 한 10명 이상의 연구원 중반 이상이 사회과학 분야 출신이었어요소통의 시작점은 이공계 출신의 정책학에 대한 이해의 자세그리고 사회과학자들의 이공학에 대한 배움의 자세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서로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없으면 연구의 성공 역시 장담할 수 없어요.”
 
고백하자면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오 박사에게도 이공계에 대한 이해가 쉬울 리 없었다과학기술에 대한 지식 자체는 어렵게 다가왔다그렇지만이 기술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우리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어떤 사회적 의미를 갖는지를 스스로 그리고 함께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자그마한 이해가 시작된다다만새로운 이슈와 새로운 기술 등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안들을 처리하다 보면 갑자기 연구의 무게감이 사라지는 느낌 또는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그럴 때마다 보는 책들이 있어요그중 하나는 경제학자 더글러스 노스가 쓴 제도제도변화그리고 경제적 성과(Institutions, institutional change and economic performance)’란 책이에요이 책을 보면 다시 내가 무거워지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어요연구의 태도가 차분해지고안정되죠석사 때 세미나에서 발제했을 때 선택했던 책이었는데요제가 마음속으로 품고 있던 원론적 질문에 답을 주었던 책이어서읽으면서 감동을 많이 받았고 제도연구에 대한 깊은 관심도 갖게 됐어요연구라는 것은 체감이 되어야 하잖아요전 이 책이 터닝포인트가 됐던 것 같아요다른 분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오 박사는 체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무조건 파헤치기보다 자신이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을 좀 더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이슈를 전부 다 파악할 수는 없잖아요어떻게 보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데강박적으로 모든 것을 다 챙기려고 하는 것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효과가 좋은 것 같아요느낌이 오면 더 들여다보고 싶어지잖아요전 제가 해야 할 일이라는 느낌이 오면 저돌적으로 임하는 편이에요느낌이 오지 않으면 절대 들여다보지 않고요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는 사람은 좋은 느낌이 오거든요앞으로 제가 만나게 될 사람들에게 저 역시 그런 사람으로 여겨지길 바라고 있어요앞으로도 현재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겁니다지켜봐 주세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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