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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Korean Academy of Science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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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의 창 2019 가을호_Dr. Y의 노트(윤태영 교수)

이름 |
관리자
Date |
2020-06-17
Hit |
42

윤태영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는 서울대 유명 인사다. 특출한 연구 성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것과 비례하게 늘 화제에 오르는 건 그의 특이한 이력이다. 서울대 전기전자제어공학부에 입학해 전기공학 전공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았지만, 물리학에 호기심이 생겨 한 차례 방향을 틀었고, 이후 다시 물리학적 관점에서 생명을 연구하는 생물물리학으로 관심을 돌렸다. 인생의 방향을 정할 때마다 갈림길에 서서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를 떠올린다는 윤 교수. 그러나 학문을 접하는 데 있어서 그 다양성이 주는 흥미는 외면하기 힘든 수였다.

몇 번이나 연구 방향을 바꾸는 데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마음에 똬리를 튼 것 마냥 없어지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그럴 때 마다 윤 교수의 손을 잡아 준 건 그의 스승들이었다.

“고민이 있을 때 마다 훌륭한 스승님들 덕분에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었어요. 무조건 다그치기보다 제 고민을 긍정적으로 들어주시면서 학문의 근본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죠.”

자신에게 온 가장 큰 행운으로 훌륭한 스승들과의 인연을 꼽는 윤 교수는 자신 역시 제자들에게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제자들과 뒤섞여 연구하고 토론하는 모든 활동이 연구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그에게 제자들을 위한 조언 한마디를 부탁했다. “그런 이야기는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되거든요.”  요즘말로 ‘츤데레(무뚝뚝한 듯 보이나 실제로는 다정한 사람)’ 과학자, 윤태영 교수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나봤다.

연구의 근원에 대한 못 말리는 호기심
그의 이력이 탄생하게 된 과정이 궁금했다.
윤 교수는 그저 학문적 호기심에 따라 흘러갔을 뿐이라고 답했다.

“박사 과정을 전기공학부에서 했어요. 그때 제가 있던 연구실이 액정 디스플레이를 연구하는 곳이었는데, 벌써 기본적인 기반 기술들이 많이 개발되어 있더라고요. 중요한 분야이긴 한데, 당시 어린 생각에 좀 더 근원적인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굉장히 막연하게 생물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당시 그의 지도교수였던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윤 교수의 고민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젊은 대학원생의 생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던 이 교수는 그를 응원하며, 근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물리학의 중요성도 가르쳐 주었다. 윤 교수가 생물물리를 접하게 된 계기였다. 박사 과정 중간부터 시작한 물리학 공부였지만 운이 좋게도 최고의 스승들과 함께하며 빠르게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김만원 KAIST 교수님의 지도 아래 생물물리학의 기초를 배웠고, 박사후과정에선 단분자 생물물리 분야를 개척하신 하택집 일리노이주립대 교수님에게 사사를 받았습니다. 이후 연구실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현재 고등과학원 원장이신 이용희 교수님께 연구자로서의 자세에 대해 가르침을 받았어요. 훌륭한 스승을 한 번 만나기도 힘든데, 네 분이나 모신 저는 정말 행운아였죠.”

그렇게 쌓은 이력은 그의 학문적 기반이 됐고, 그의 연구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학문 중 하나인 생물물리학 분야에서 빛을 발하게 됐다. 윤 교수는 전기·물리·생물 분야 융합연구를 통해 단 하나의 분자 수준에서 생체막 단백질의 기능과 구조형성 원리를 규명할 수 있는 ‘단분자 자기집게 기술’과 ‘단분자 면역침강기법’을 개발, 그간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역학적 연구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 연구 결과로 2017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선정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하는 등 성과를 인정받았다.

“세포의 껍질인 생체막(세포막)에 존재하는 막단백질은 세포에 드나드는 신경전달물질이나 생체정보의 흐름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문지기 같은 존재로 다양한 생리작용을 조절하죠. 만약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각종 질병에 걸리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반대로 막단백질의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면 난치병을 고칠 수 있다는 얘기도 되죠.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신약의 절반 이상이 특정 막단백질을 표적으로 할 정도로 관심이 많습니다.”

사실 막단백질을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는 과학자들에게 난제로 꼽혀왔다. 기능과 구조가 모두 알려진 막단백질의 수가 극히 일부인데다, 막단백질이 외부 환경에서 쉽게 변형되거나 응집되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 교수가 개발한 생물물리학적 기법들은 자기장의 힘을 이용, 막단백질의 기능과 구조를 직접 조절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막단백질을 이용한 역학적 연구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그는 직접 개발한 자기 집게 기술을 통해 생체막 융합 현상에 중대한 역할을 하는 ‘스네어(SNARE) 단백질’을 관찰, 결합한 단백질이 개별 단백질로 분해되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냈다. 얼마 전 사이언스지로부터 막단백질이 반대로 접히는 원리를 규명한 연구 결과를 게재하기로 확정했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이제는 막단백질의 각 부분이 어떤 원리로 연결돼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는지 이해하고 싶어요. 특정 암 환자에게 막단백질의 신호가 과잉 전달됐다는 점을 확인하면 그 신호를 차단하는 약을 쓰면 된다는 게 ‘맞춤의학’의 원리잖아요. 각기 다른 생체막 단백질의 활성화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면 맞춤형 진단과 치료도 과학자들의 영원한 꿈으로만 머물지는 않을 것 같아요.”
"보장된 것 없이 1%에 매달리는 삶이 너무 안타까워요."

주목받고 있는 젊은 과학자 윤태영. 그의 가장 큰 고민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 제자들에 대한 것이다. 99%의 실패율에도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고된 길. 그 속에서 세계 수준의 연구 성과를 창출하기란 쉽지 않기에, 그 어려운 길을 걸어가야 하는 제자들이 어떨 땐 안쓰러워 보인다는 것.

“제가 학생일 때는 잘 몰랐는데, 이제 와서 보니 학생들이 안됐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사실 연구 쪽이 워라밸 추구라던가 일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을 제대로 받는다던가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완전 딴 세상 이야기일 정도로 동떨어져 있거든요. 회사를 다니면 주어진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쉬면 되는데, 연구는 그럴 수가 없잖아요. 100번 해봐야 그 중에 1번 성공할까 말까 하거든요. 물고 늘어져야하는 데 그게 쉬운 게 아니에요.”

결국은 스스로가 풀어나가야 할 길이기 때문에, 독이 될 수도 있는 애정 어린 말을 경계한다는 윤 교수. 그는 학생들이 남이 가보지 않은 길을 찾아내고, 그 길을 최초로 탐험하는 창조적인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연구를 너무 좋아서 하는 데 그 모습이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의대나 약대를 나와서 시험을 보면 면허증을 주잖아요. 근데 이쪽은 대학원을 나와서 박사를 한다고 해도 보장이 되는 게 아니니까요. 설 자리도 갈수록 좁아지고요. 어떻게든 제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죠. 그래서 연구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해주려고 노력해요. 개인적인 얘기는 잘 안하고요. ‘너무 힘들지’라는 말보다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학생들을 위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들이 험난한 과정에서도 연구 결과로 얻는 자부심과 희열로 끝까지 한 번 가봤으면 좋겠어요.”
실험실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윤 교수와 학생들
"젊은 과학자들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어요."

윤 교수는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가 좀 더 적극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이공계 기피는 자연히 없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모두가 김연아 선수처럼 될 수는 없잖아요. 그렇게 하고 싶지만, 뜻을 못 펴는 사람들도 많을 거고요. 젊은 과학자들이 빛을 못 받고 스러지는 경우가 많아요.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한림원에 바라는 것도 젊은 과학자의 지원에 대한 부분이었다. 얼마 전, 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의 이학부 간사가 된 윤 교수는 한림원을 통해 젊은 과학자들이 뜻을 펼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까지 여정이 짧지 않습니다. 순수하게 연구에 대한 열정으로 그 과정에 뛰어드는 학생들이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피해 보지 않게끔 시스템을 갖춰나가고 싶어요. 혼자 목소리를 내면 아무런 반응도 없겠지만, 함께 바꿔 나가기 시작하면 뭐라도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요. 다음 세대 분들을 위해 언제나 노력하는 자세로 기회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